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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non public Diary

옥천요를 떠나며


불안, 근심에 휩싸여 있다는 건 시점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시야가 좁아졌다는 얘기다. 믿음이 옅어졌다는 얘기다. 안개를 만났다는 얘기다. 내내 걸으면 결국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황수연, ‘모나게 표나게 명랑하게’ 중)

가마 불 안에서 그릇들이 태어나고 있어요,라고 그대가 말한다. 섭씨 1,000도 이상의 뜨거운 불 안을 견디면, 덕지덕지 흙덩이 민낯을 태우고 나면, 때깔 나는 도자기가 되는 거지,라고 내가 말한다. 불 안에서, 불 안에서, 불안에서 벗어나야 당찬 그릇처럼 살 수 있다고 그럴싸하게 말한다. 도자기 탐방을 좋아하는 그대는 불 안을 들여다보며 가마를 떠날 줄 모른다. 아지트에 물레를 설치하고 전기가마 하나 들이는 게 소원이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다려 봐, 불안과 근심 나부랭이 다 털어내면 소원 들어줄게,라고 내가 말한다. 언제 옛날로 돌아올 건데,라고 말하려다, 그냥 도자기 만들 때가 제일 행복해,라고 그대가 말한다. 불안은 불 안처럼 주변을 믿지 못하고, 앞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힘든 건지 모른다. 옥천요를 떠나며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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