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이란 말이 참 좋더라. 특별한 이유는 아니면서 그것만큼 확실한 이유도 세상에 없는 것 같아. (정도상, '낙타' 중)
때로는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얻어지는 사진이 있다.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과 상관없이 그냥 살아지는 삶처럼 말이다. 공주 중동성당을 찍으러 갔는데, 성당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노란 담벼락을 보았다. 우리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많이 바빠야 한다. 집에선 자기주장만으로 거친 대화를 되풀이하는 모녀가 있고, 회사에선 얼떨결에 안은 전임자의 폭탄과 현장을 떠난 포퓰리즘 정책의 꼬리도 있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왜?, 하필 내 앞에 왜?, 라고 물어도 소용이 없다. 세상에는 이유 없이, 이유를 모른 채 벌어지는 일 투성이니까. 그냥 그런 거다. 노란 담벼락에 봄 햇살이 비치는 것도 '그냥' 그런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상 일들도 '그냥' 그런 것이다. 어찌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살면 되는 거다. '그냥'이란 말... 참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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