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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diary

그릇 사용법

국립중앙박물관 도자기 전시


말투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물을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세숫물로 보이기도 하고 먹는 물로 보이기도 하듯 말투는 그 나름대로 독립된 의미를 지닌다. (이정숙, '유쾌한 대화법' 중)

때로는 담긴 물보다 그릇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의도는 맑은 물을 주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릇을 먼저 보고 오해를 한다. 어제 딸과 아내 사이에서 말을 중계하다 빚어진 오해도 그러하다. 물론 예의 없고 질그릇처럼 거친 딸아이의 말투가 혼이 나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나는 그릇보다 그 안에 담긴 물을 중시하는 타입이고, 또 그 물에 녹아 있는 마음을 헤아리려 애를 쓴다. 어제 딸아이의 물은 분명히 맑았으며, 아내에 대한 불손한 마음이 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투박한 그릇을  버릇없이 던진 것에 대하여는 내가 시정시켰어야 했지만. 맑은 물이라면 맑은 그릇에 담아 줄 필요가 있다. 마시는 물을 세숫대야에 담아주지 않는 것처럼, 귀한 물일수록 투명한 그릇을 사용하여야 한다. 딸아이에게 유리그릇 사용법에 대하여 일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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