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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diary

낙안읍성에서, 어떻게 머물 것인가

낙안읍성에 붉은 꽃이 피었다


큰 꽃은 단지 클 뿐이고, 작은 꽃은 단지 작을 뿐이다. 오래 피어 있는 꽃은 오래 피어 있을 뿐이고, 일찍 지는 꽃은 일찍 질뿐이다. 그것은 차이이고 다양성일 뿐, 우열이 아니다.(이승헌, '세도나 스토리' 중)

 

화려한 꽃을 피워 세간의 이목을 끄는 벚나무는 60년을 살고, 무엇이 꽃인지도 모르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는 500년과 2000년을 산다고, 숲해설가가 말했다. 찬란함으로 짧게 머물든, 은근함으로 오래 머물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세상에 머무는 방식도 나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하든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이 세상의 주인인지 나그네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열을 가려 무엇할까. 붉은 꽃과 푸른 잎을 보면서 언제까지 어떻게 머물 건지를 생각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