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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diary

사소한 가을

청암사 수도산자연휴양림


이도 저도 마땅치 않는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조용한 일' 중)

 

청암사 계곡 깊이 물든 고운 단풍 바라보며 아내가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아이들 키우며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아이가 되어버린 부모님을 보살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이 참으로 고맙다. 부모님이 그 일을 마치고 아이가 되었듯이 우리도 그 일을 해야 할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사람은 제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슬며시 일러주는 아내가 고맙다. 이렇게 고마운 일은 사소한 것이다. 얼마 뒤 누나로부터 전해 듣다. 늦은 가을 수도산자연휴양림에서 아들 내외와 보낸 사소한 하룻밤이 그렇게 좋았노라는 팔순 소녀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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