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 년이나 이백 년쯤 아니라면 석 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김사인, '풍경의 깊이' 중)
나이 들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지만... 이제는 풀밭에 벌러덩 누워 그 일을 해보고 싶다. 쌓기만 했던 지금까지의 태도를 버리고, 그동안 이루었던 꿈들 혹은 이루지 못했던 꿈들도 모두 버리고... 아직 화해하지 못한 우정과 전해주지 못한 사랑도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제는 하나둘 내려놓으며 원래의 '나'로 살아야 하는 때가 되었다. 외면을 버려야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법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빛나던 포장지가 제거된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하며, 그냥 토끼풀 밭에 벌렁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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