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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diary

우리가 아픈 이유

군기 바짝 든 아들, 2014년 짧은 면회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농담' 중)

 

지금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멀리 더 청량한 종소리가 세상에 퍼지기를 염원하면서. 생일이 다가오는데 백일 휴가가 불투명하다는 아들을 만나러 속초를 다녀오다. 102 보충대에 들여보낼 때와 신교대 수료식 때에 비해 훨씬 더 야윈 모습에 아내는 가슴 아파하지만, 나는 딱 보기 좋다며 애써 태연한 척한다. 그래도 자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죄스러울 따름이다. 5월이면 작대기 하나를 더 단다며 주머니에서 일병 계급장을 보여주는 아들. 옛날 군대가 아니에요, 힘들지 않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힘들지 않다는 아들의 말과 살이 쏙 빠진 얼굴이 아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 안아주고 싶을 때 안아 줄 수 없는 것... 우리는 ~하고 싶은데 못할 때 아프다. 특히 어쩔 수 없었던 아픔보다, 어쩔 수 있었던 아픔이 더 아프다. 남아 있는 귀대 시간이 아까워 아야진항 앞바다를 걸으면서 생각하다. 아들도, 아내도, 그리고 우리 모두는 더 곧고 멀리 가기 위해 아파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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