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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non public Diary

그릇의 빈 공간으로 사는 법 내가 그릇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도 담겨야 제구실을 하겠지만 나는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이든 담을 용의를 지니고 겸손하게 비어 있는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강석경, ‘이 古都를 사랑한다’ 중) 지금 바람은 그릇의 60%까지만 채우고 사는 것. 실은 절반 정도이지만, 월급 받으면서 밥값은 하는 게 도리라고 배웠던 터라. 그 40% 빈 공간으로 호흡도 하고, 무엇을 더 담을지 쇼핑하듯 세상도 살피고, 딱 그 정도로 사람들과 공명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통근 여행 2주 차가 지난 지금,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이지만 내 안 어딘가에서 재생되는 느낌이 전해진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어? 지금 이 분.. 더보기
나부터 사물을 신중하게 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신중하게 대한다. 사물을 대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인 자세를 시험하는 것이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영혼이 나타난다. (안셀름 그륀, '자기 자신 잘 대하기' 중) ​사물을 귀하게 여기듯이, 사람을 소중히 대하듯이,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 나니까 이해해 줄 거야, 라고 섣부른 생각 이제 그만하자.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물건을 먼저 챙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좀 손해 보고 참지, 뭐. 그게 원만한 관계의 출발일 수 있으나, 단지 출발일 뿐이다. 그 관계의 끝은 결코 원만하지 않다. 결국은 주저앉은 자신을 일으키느라 모든 관계를 버리게 될 것이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듯이, 사람을 귀하게 대하고.. 더보기
튤립이 살았어요 단순히 회복을 빌기 보다는 "이미 회복되어 건강하다"는 가정 아래 생활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꿈을 일상의 현실로 만드는 비결이 있다. 소원은 이미 이루어 졌고,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기도는 이미 답을 받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렉 브레이든, '디바인 매트릭스' 중)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는 게 맞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으면 '뇌사'이고, 가능성이 있으면 '식물인간'이라던데, 그동안 뇌사는 아니었던게 확실하다. 단지 봄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스스로 동면에 들어 겨울을 계속 생각했던 게 아닐까. 손가락을 까닥이다 깨어나는 영화 속 병사처럼 통근열차에서 깨어나는 나를 본다. 회복하자 다짐하는 것보다 회복한 체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움직임은 이동이다. 안에서 .. 더보기
옥천요를 떠나며 불안, 근심에 휩싸여 있다는 건 시점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시야가 좁아졌다는 얘기다. 믿음이 옅어졌다는 얘기다. 안개를 만났다는 얘기다. 내내 걸으면 결국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황수연, ‘모나게 표나게 명랑하게’ 중) 가마 불 안에서 그릇들이 태어나고 있어요,라고 그대가 말한다. 섭씨 1,000도 이상의 뜨거운 불 안을 견디면, 덕지덕지 흙덩이 민낯을 태우고 나면, 때깔 나는 도자기가 되는 거지,라고 내가 말한다. 불 안에서, 불 안에서, 불안에서 벗어나야 당찬 그릇처럼 살 수 있다고 그럴싸하게 말한다. 도자기 탐방을 좋아하는 그대는 불 안을 들여다보며 가마를 떠날 줄 모른다. 아지트에 물레를 설치하고 전기가마 하나 들이는 게 소원이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다려 봐, 불안과 근심 나부랭이 다 털어내면.. 더보기
돈이 들어오는 그림, 해바라기 그림 그래, 그래 그냥 쓸쓸한 별의 벼랑 끝에서 잠시 아찔, 했을 뿐 황홀, 했을 뿐 뿐 (김요일 시, ‘뿐’ 중에서) 그래... 잠시 아찔 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살면서 여러 벼랑 끝을 보지 않았던가. 바닥을 본 사람만이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깊이를 더했으면 되었다. 그럼 된 거다. 오랜만에 편안한 주말을 보내다. 비 내리는 길을 달려 아지트에 다녀오다. 작년에 마치지 못한 욕실공사. 저번에 타일 시공 절반은 했고, 양변기를 새로 설치했다. 물탱크 없는 직수형 양변기를 달았더니 물 내림이 시원찮았다. 럭셔리 아지트를 표방하는 터라, 42만 원 하는 럭셔리 스마트 양변기를 다시 설치했다. PURO 디지털 직수형 양변기 BWC-101A. 리모컨도 있고, 전기 배수시스템이 있는 듯하다. .. 더보기
눈 닭 내가 바보라고 믿으면 바보 내가 천재라고 믿으면 천재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는 내가 나를 믿는 것이다. (이창현, ‘내 마음속의 울림’ 중) 그렇다. 배려심이 지나친 사람은, 친절함이 과다한 사람은, 누군가 바라는 모습대로 살아주려 한다. 주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존재로 남으려 노력한다. 면 전에선 거절 표명을 해도 결국에는 그들의 말을 들어준다.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우리 아닐까. 문득 ‘나는 나를 얼마나 믿어 주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남들이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 내가 바라고 있는 내 모습은 어떤 건지 궁금하다. 믿어 주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내가 나를 믿는 그 숙제를 아직 마치지 못했다. 나는 아들을 믿고, 딸을 믿는다. 그런데 나에 대한 믿음은 잘 생기지 않는다. 더보기
시간 안 팔아요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꼭 말해 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꽃이 죽는다. (자크 프레베르, ‘3월의 태양’ 중) 2월이 말하고 갔다. 후임으로 3월이 올 거라고. 길고도 지루했던 2017년 겨울이 끝나고 2021년 봄이 시작되었다. 그 긴 3년의 겨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나이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협하기로 한다. 삶은 아름다운 것… 꽃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다가올 시간은 항상 빛난다는 사실을. 하지만 잊지말자. 그 시간이 온전히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시간일 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젠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중) 우리 대부분은 시간팔이 노동자다. 시간을 팔아먹고 산다.. 더보기
생일 다음날 그대를 아름답게 만든 그리고 깊게 만든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그대의 또 다른 날들 속에 늘 내가 머물러 그대가 만날 아픈 날과 즐거운 날에 동행하고 싶다. (황경신, ‘그대가 태어난 날에’ 중) 그래 아직 내가 만날 날들이 많다. 지나간 날처럼 아픈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을 살아내면 반드시 즐거운 날들이 온다. 삶의 면역력이 떨어져 녹록지 않은 요즘. 오늘 생일 이후 만나는 날들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백신을 맞은 것처럼 어지간한 날은 가볍게 넘기면서 말이다. 내가 만날 아픈 날과 즐거운 날에 동행해 줄 그대를 믿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