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과 백련이 사는 법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도 깨닫지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 받는 게 두려웠으며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줄리안 반즈) 나는 화려한 홍련이 좋다, 하고 아내는 수더분한 백련이 좋다, 한다.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기왕이면 주목 받고 이름 날리며 사는 홍련도 있고, 드러나지 않아도 한결같은 백련처럼 사는 인생도 있다. 평범하게 살기를 꿈꾸는 것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 것이고, 지금까지 나의 인생이 홍련을 닮았든, 백련을 닮았든, 개의치 않는다. 야심을 품고 승패에 집착하며 살아도 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흔들리며 살아도 되는 거니까. 다만 그 진흙탕 속에서 마침내 꽃을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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