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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diary

사진을 찍으면 보이는 것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나는 볼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뭐랄까, 세상을 보는 시력을 회복했다랄까. 사진을 찍기 전에는 타인의 시선, 지나치게 알고 있던 정보, 흐릿한 선입견이 눈 앞을 가렸지만, 카메라 앵글에 눈을 대자 처음 안경을 썼었을 때처럼 안개가 걷혔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 주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자연이 변하고 있었고, 세월이 늙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렌즈는 본다. 아내의 사진에서 눈치 채지 못하던 세월을 보고, 아이들 사진에서 놓쳐버린 성장을 본다. 카메라 없이도 진작부터 보았어야 할 장면들을,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안경을 닦듯 렌즈를 닦는다. 더보기
을왕리에서 불이 붙다 누군가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가슴 푸근해지는 일인지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백 마디의 충고보다 단 한 번의 공감과 따스한 시선이랍니다. (박성철, '삶이 나에게 주는 선물' 중) ​ 따스한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에너지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태양에서 나온다. 세상을 향한 열정과 뜨거운 애정, 그리고 호기심으로 심장이 타올라야 가능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회에 냉담하고, 정치에 냉담하고,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보게 되었다. 나도 그러하고... 세월 탓이건 세상 탓이건 모두 다 속에 품고 있는 태양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타오르지 않으면 태양이 아니라 차가운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휴가를 내어 불타는 태양을 찾은 것도,.. 더보기
두근거리며 살고 싶다 이성을 보고 두근두근, 시험을 볼 때 두근두근, 사람들 앞에서 섰을 때 두근두근, 이 세상 모든 두근거림은 기회가 왔다는 신호입니다. (신준모, '어떤 하루' 중) 같은 일을 오래 하거나, 같은 사람을 오래 만나거나, 세상 어떤 일을 보고도 두근거림이 없다면,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경륜이 쌓여 초연해진 거라고 둘러대지 말자. 음식을 맛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 사무적이고 무덤덤하다면... 두근거림을 찾아 떠나자. 여름휴가를 할부로 신청하여 세상 속 두근거림 찾아 떠도는 중이다. 새벽 산 일출부터 서해바다 일몰까지, 그리고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두근거림을 보물찾기처럼 하고 있다. 그러다 가슴 벅차 올라,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누를 때, 아 잘 떠나왔구나..... 더보기
그릇 사용법 말투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물을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세숫물로 보이기도 하고 먹는 물로 보이기도 하듯 말투는 그 나름대로 독립된 의미를 지닌다. (이정숙, '유쾌한 대화법' 중) ​ 때로는 담긴 물보다 그릇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의도는 맑은 물을 주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릇을 먼저 보고 오해를 한다. 어제 딸과 아내 사이에서 말을 중계하다 빚어진 오해도 그러하다. 물론 예의 없고 질그릇처럼 거친 딸아이의 말투가 혼이 나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나는 그릇보다 그 안에 담긴 물을 중시하는 타입이고, 또 그 물에 녹아 있는 마음을 헤아리려 애를 쓴다. 어제 딸아이의 물은 분명히 맑았으며, 아내에 대한 불손한 마음이 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투박한 그릇을 버릇없이 던진 것에 대하여는 .. 더보기
떠난 사람은 어떻게 돌아오는가 '다녀올게'라는 말은 참 좋다. 어딜 가든, 얼마나 오래 걸리든 결국은 돌아온다는 말이니까. (서제유,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중) ​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우리는 아침마다 구두계약을 체결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그 계약이행을 위하여 아무리 멀고 늦은 밤이라도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다녀올게. 그래, 잘 다녀와. 그렇게 약속하고 집을 나선 사람들이 있다. 세월이 지나 잊은 이도 있겠지만, 아직도 다녀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애쓰는 11명의 사람들이 세월의 바다에 있다. '다녀올게'라는 말과 '다녀오라'는 말은 '기다림'을 전제로 쓰는 말이다. 다녀올게, (기다려). 잘 다녀와, (기다릴게). 우리가 기다린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들은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킬 수가 없다. 왜냐하면 돌아갈 힘의 .. 더보기
우리가 아픈 이유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농담' 중) 지금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멀리 더 청량한 종소리가 세상에 퍼지기를 염원하면서. 생일이 다가오는데 백일 휴가가 불투명하다는 아들을 만나러 속초를 다녀오다. 102 보충대에 들여보낼 때와 신교대 수료식 때에 비해 훨씬 더 야윈 모습에 아내는 가슴 아파하지만, 나는 딱 보기 좋다며 애써 태연한 척한다. 그래도 자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죄스러울 따름이다. 5월이면 작대기 하나를 더 단다며 주머니에서 일병 계급장을 보여주는 아들. 옛날 군대가 아니에요, 힘들지 않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힘들지 않다는 아들의 말과 살이 쏙 빠진 얼굴이 아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더보기
주름살은 언제 만들어지는가 "사진작가 양반, 내 주름살 절대 지우지 말아요. 내가 이걸 만드느라 수십 년이 걸렸거든." (잔느 모르 Jeanne Moreau, 전설적인 프랑스 여배우, 1928년생) 바람에 맞서면 물결이 생기듯,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살이 생긴다. 불의에 굴종하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는지, 그것의 척도가 주름살이 아닐까. 바람 부는 대로 세월 흐르는 대로 순응하며 곱게 늙은 모습이 보기 좋긴 하지만. 나는 가문 논바닥과 굴곡진 밭이랑 같은, 척박한 주름살이 아름답다 생각한다.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하여, 지금 나는 어떻게 세월에 저항하고 있는가. 자식을 위해 전 생애를 가난에 맞선 그분들의 주름살을 몇 개나 달고 있는지, 묻는다. 더보기
스트레스 나무 하루에 몇 시간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실천해 보자. 내가 신선해져야 가족도 귀하게 생각되는 법이다. 내가 우울하고 억지로 살고 있거나 희망 없이 반복되는 삶을 사노라면 가족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다. (신달자, '여자를 위한 인생 10장' 중) 집에 들어가기 전, 집 앞 나무에 그날의 스트레스를 걸어두고 들어간다는 배관공의 이야기를 읽은 적 있다. 우리는 옷이나 신발에 묻은 흙 따위를 털어낸 후 집 안으로 들어간다. 가족을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바깥에서 내 마음에 묻은 좋지 않은 감정, 스트레스 따위를 털어내고 가족을 만나는 게 당연하다. 가족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배려이고 사랑이 아닐까. 나도 집 앞이나 현관에 옷걸이나 종량제 봉투 하나 걸어 두어야겠다. 그래서 .. 더보기